구용섭(아랫줄 가운데)씨와 다섯 딸들(아랫줄 왼쪽첫째구매화, 오른쪽 다섯째구유진
위줄 왼쪽부터 넷째구순원,셋째구여혜.둘째구지연,) 딸들은 “아버지는 말보다 실천으로
우리를 가르치셨다”고 입을 모았다. 황정아기자
[전시]다섯딸들이 바치는 '5色5美 思父展'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 그늘 아래서는 아버지의 사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에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은 쉽게 깨닫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8년, 저희는 이제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저희에게 크고 깊은 사랑을 주셨다는 것을 다 자란 지금에야 느낍니다.
여든을 넘기신 아버지의 뒷모습은 왜 그리 작은 지. 지팡이 없이는 움직이기 버거우실
정도로 늙어버리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뜨거운 무언가가 왈칵 올라오는 것을 참곤
합니다.
저희를 한번도 야단치신 적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결혼하실 때부터 아이들
을 야단치거나 욕하지 않기로 약속하셨더랬죠. 부모님은 저희를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저희가 자라서 아이들을 길러 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저희 8남매 중 딸 다섯이 모두 미술을 하고 있네요. 먹는 것, 입는 것 해결
하기도 급급한 시절이었습니다. 8명이나 되는 자식 뒷바라지 하는 것도 어려운데 돈
많이 드는 미술을 하겠다니 걱정도 되셨겠지요. 하지만 저희가 이 길로 들어선 후에는
참 많이 지원해주셨습니다. 바쁜 외국 출장길에도 종이며 물감이며 사오시던 아버지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번에 저희 다섯 자매가 아버지를 위한 전시회를 엽니다. ‘오색오미전(五色五美展)’은
아버지께 바치는 찬가입니다. 한 뿌리에서 나온 저희들은 잘 자라서 다섯 송이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만개한 저희들의 작품 세계를 아버지 앞에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각자의 세계에서 자리잡은 저희들을 보시며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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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힘든 과정 이겨낸 딸들 대견할뿐"이색 전시회 갖는 다섯 자매와 그녀의 아버지
딸 다섯 명이 아버지를 위해 미술 전시회를 연다. 이름하여 ‘오색오미전(五色五美展)’. 7∼13일 서울 관훈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구매화·지연·여혜·순원·유진 자매가 아버지 구용섭(83)씨에게 바치는 미술전이다.다섯 가지 색깔과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란 전시 제목처럼 작품 세계도 제각각이다. 맏언니 매화(56)씨는 디지털 아트를 선보인다. 둘째 지연(52)씨는 자신의 제자이기도 한 넷째 순원(46)씨와 함께 보태니컬(극사실적 식물화) 작품들을 전시한다. 셋째 여혜(49)씨는 크리스천 스토리를 테마로 한 회화를 내놓는다. 막내 유진(43)씨는 예술로서의 분장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딸들이 그저 대견할 뿐이다. 구씨는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해서 자리를 잡은 딸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한다. 구씨는 화학자로서 화장품 업체 태평양의 전신 ABC화학을 창업했고, 지금도 태평양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낙태를 죄스럽게 생각했던 어머니는 위로 아들 둘과 딸 다섯, 그리고 막내 아들까지 낳아 키워냈다. 자식이 여덟 명이나 되고 시부모님에 일가친척까지 있다 보니 살림은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워낙 알뜰하게 살림을 한데다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가입한 교육보험 덕에 자식들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킬 수 있었다.
구씨는 “괜히 미술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살림이 어려우니까 그랬지”라며 웃는다. 어머니가 간호대를 보내고 싶어했던 여혜씨, 피아노를 가르쳤던 순원씨, 무용을 전공한 유진씨까지 딸들이 모두 미술의 길을 걷고 있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집안 내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쁜 아버지는 미술하는 딸들에게 미술 도구를 사주는 것으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혜씨는 “바쁘실 텐데도 선물 목록을 적어서 드리면 꼭 챙겨서 사다주시곤 했다”고 돌아본다.
지연씨는 “동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금색 물감이 필요했는데, 아버지가 일본 출장길에 진짜 금으로 된 물감을 사오셨다”고 회고한다. 당시로선 눈이 둥그래질 정도로 비싼 ‘석채’란 물감도 아버지가 일본만 가면 사온 덕에 아직껏 남아 있단다.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에게 모든 걸 해주셨구나 싶어요.”
순원씨가 “아버지는 뭘 사주셔도 가장 좋은 것으로만 사다 주셨다”고 말하자, 구씨는 “그 때는 뭘 몰랐으니까 그랬지 지금 같으면 안 그랬다”며 맞장구를 친다.
부모님은 딸들에게 삶의 모델이었다. “부모님은 늘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분들이셨어요.”.
구씨는 “말로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과학자로서 한 가지 일에 몇 년을 매달리고, 몇 천 번 실험을 하다보니 성격이 그렇게 굳었다”고 덧붙인다. 말을 하면 꼭 실천을 해야 하니 입 밖으로 내놓기 전에 서너번은 생각해야 한다는 것.
자매 다섯 명이 모두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든든한 ‘빽’이 있을까. 이번 전시회는 태평양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출산과 함께 일에서 멀어졌던 순원씨를 일으키려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매화씨는 “순원이가 다시 미술을 하지 않았다면 5자매전을 할 수 없었을 것”이란다. 그 또한 동생들 덕에 순수 미술로 돌아설 수 있었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하면서 순수 미술에 대한 미련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뉴욕에서 활동하던 둘째가 내 그림을 보며 힘을 불어넣어 줬다”고 덧붙인다.
순원씨는 “살림하느라 내가 뭘 잘했었는지 잊고 지냈다”면서 “늘 ‘잘한다’고 격려해주는 둘째 언니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한다.
“다들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큰 힘이 돼요. 형제지만 조력자고 친구지요. 내면 깊숙한 얘기도 허물없이 털어놓을 수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다섯 자매는 꽃처럼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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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자매 작품세계
보태니컬 아트… 한국화…모두 '꽃' 주제 인생 그려
이번 전시회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다섯 자매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구매화씨는 30년간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다. 순수 미술에 대한 동경을 늘 가지고 있던 그는 동생들을 보며 “나는 뭘 하고 있나”라는 회의를 느끼곤 했다.
매화씨는 포토숍 같은 페인팅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가 그리고 있는 주제는 꽃. 평소 말이 없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꽃에 이입시켰다. ‘감정을 지닌 꽃’이란 연작을 100점까지 그리고 난 후 인물 등 다른 주제로 옮겨갈 계획이다.
보태니컬 아트로 세계적인 입지를 굳힌 구지연씨는 한국화 진채를 전공하면서 계속 꽃을 그려왔다.
199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보태니컬 페인팅을 접하게 되면서 집중적으로 이 분야를 파고들었다. 99년에는 보태니컬 분야의 최고 권위 상인 ‘아트 인 사이언스’를 받았고, 2002년 귀국 전시회를 가졌다. “보태니컬은 예술에서 절대미감의 규준이 된다”며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은 국내에서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국화에서 채색화를 전공한 구여혜씨도 꽃을 많이 그려왔다. 하지만 ‘사물을 놓고 그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는 회의가 들면서 새로 시작한 것이 크리스찬 스토리. 보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림을 보면서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추구한다. 꽃이나 갈대 등을 인간 삶의 여정으로 의인화해 그리고, 교회나 옛 고성 같은 건물, 우주의 세계 등을 그리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구원의 세계를 표현한다는 것.
구순원씨는 태평양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다 육아 때문에 한동안 일을 쉬고 있었다. 둘째 언니 지연씨가 보태니컬 아트가 감각있는 동생에게 딱 맞을 것이라며 그를 이끌었다.
구유진씨는 자매 중 유일하게 꽃과 관련이 없는 분장을 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다 보니 작품 스타일이 강해졌다.
분장이란 것이 사람 얼굴에 그리는 것이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지워지게 마련.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만들었던 얼굴 중 기억에 남는 얼굴, 해보고 싶었던 얼굴을 마스크에 표현한다.
“분장은 단순한 화장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장르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글 이보연, 사진 황정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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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