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로 ‘오五색色오五미美’전(展)연 자매들의 다섯 가지 이야기
다섯일 때보다 풍성한 하나
丘(구)씨란 공통점 외에 이름의 돌림자도 없고, 생김새도 제각각, 게다가 각자의 분
야에서 작가로서의 강렬한 색깔을 가진 다섯 자매들. 30여 년 전 갑작스레 어머니
가 돌아가신 후 다섯 자매와 세 아들을 키워오신 아버지께 바치는 끈끈하고
강한 가족애라는 작품을 선보인 이들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야기 하나>매화, 새로운 시작에 도전하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곧잘 그린다는 말을 들어온 큰언니 매화씨는 중학교 때부터 시
작해 지금까지 큰 고비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을 모두 부모님의 공덕으로
돌린다.“아버지께서는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재료들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까지
일일이 챙겨주실 정도였어요. 첫딸로 태어났고, 처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
이었지요”라는 매화씨는 첫 시작이어서 자신은 어려움이 없었지만, 오히려 아래 네
동생들의 시작에는 적지않은 걸림돌이 되었던 것 같다며 미안함이 담긴 미소를 머금
는다.결혼과 함께 건너간 미국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해온 매화씨는 Fine
Art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개인적인 작업을 병행해왔다. 그리고 지난 2003년,
두 가지 분야를 절충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창조해가는 디지털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디지털 아트는 미국에서조차 최근에야 인정받기 시작하는 분야로
매화씨는 미국에 살고 있어 더 빨리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고, 첫 전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쉼없이 전시회를 이어가는 주목받는 작가다. 주부로 작가로, 그리고 직장인
으로서의 1인 3역을 더욱 힘들게 했던 낯선땅 미국이 자신의 잠을 줄여가며 그 어떤
역할도 포기하지 않았던 매화씨의 오랜 꿈을 이루게 해준 고마운 곳이 된 것이다.
이야기 둘>지연, 세상의 모든 꽃들을 화폭에 심다
한국화를 그리면서 줄곧 꽃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왔던 지연씨에게도 미국은 특별한
의미다. 아이들의 공부 때문에 94년부터 8년간 미국 뉴욕에서 생활하게 된 지연씨는
아이들의 뒷바라지와 자신의 공부를 병행하는 힘든 선택을 했다.
“25년간 꽃을 그리는 다양한 방법과 색채 등을 두루 섭렵했닥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꽃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더해만 갔지요”라며 꽃과의 특별한 인연을 풀어가는 지연씨.
한국에서 쌓은 그 감성들은 미국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보태니컬 아트를 통해 새로운
작품세계로 꽃피워지게 된다. 무엇ㅂ다 꽃을 통해 자연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지연씨는 8년 가까이 보태니컬 아트의 본고장에서 정통
적인 방법으로 수련을 쌓았고, 세계식물학회에서 주최한 보태니컬 어워드 최고상 수상
을 계기로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보태니컬 아티스트다. 우리나라에서 그 신천지를
소개하기도 한 그녀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사회로 더 깊숙이 들
어간것이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보태니컬 아티스트로
서의 자부심을 대신했다.
이야기 셋>여혜, 한국적 기독교 미술의 새장을 열다
바로 위 두언니들과 별다르지 않은 길을 간다는 이유로 부모님의 큰 반대에 기억부터
꺼내어놓는 여혜씨.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은 부모님의 반대를 꺾었고 막
상 시작한 후에는 그 누구보다 열렬한 후원자가 되어주셨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지연씨와 마찬가지로 꽃의 아름다움을 그려온 여혜씨는 작가의 행복을 보여주는 그림
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이 소망은 여혜씨의 신
앙과 만나 결실을 맺는다. 자연을 의인화해 은유적인 영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
게된 것이다. 여혜씨의 소신이 담긴 이 작품활동은 초기, 큰 기쁨이기도 했지만 담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기존의 화단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생소함
은 곧 여혜씨의 작품세계를 한정짓게 되고 4회째 개인전을 준비하던 중 큰 갈등을 겪게
한다. “크리스찬 작가로 한정된다는 것이 참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제 그림을 통해
편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바았다눈 기쁜 의견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여혜씨는 욕심을 버리고 ‘크리스찬 스토리’를 테마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자신
의 소신으로 창조해 낸 여혜씨의 소중한 작품세계는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으면 더
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야기 넷>순원, 가족의 사랑과 꽃으로 새 삶을 피우다
가장 차분한 인상으로 다가온 넷째 순원씨. 디자인을 전공한 뒤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우리나라 화장품 패키지 업계를 이끌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한창 일에 정신없이 바쁘던 무렵, 개인의 창조적인 활동보다는 팀을 이뤄
한가지에 매진해야 하는 직장생활에 조금씩 염증이 시작하더군요.” 때마침 첫아이를
갖게 된 순원씨는 과감하게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
며 남편의 건강을 챙기는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든 자매들이 칭
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깔끔한 살림 솜씨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낸다. 아이
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 미국으로 새로운 공부를 하러 떠나는 둘째언니 지연씨로
부터 지금쯤 적성에 맞는 공부를 시작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게 된 순원씨
는 “언니 스스로 깊이 고민해 선택했던 명제를 던져줬고, 아이들도 전만큼 제 보살핌이
필요치 않았던 시기라는 점. 그리고 예초에도 직장생활에 대한 염증 때문에 그만뒀던
터라 창작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라며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
기했다. 지연씨로부터 본고장에서의 수련 과정 그대로 보태니컬 아트를 전수받게 된 순
원씨는 직장생활과 일러스트를 겸했던 경력 때문인지 Fine Art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며 시작초기의 설렘을 전했다. “2년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공부
하는 중입니다. 공백이 길었던 데다가 저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 정말 재
미있게 열중하고 있답니다.”라는 순원씨는 지연씨와 함께 우리나라 보태니컬 아티스트
의장을 열어가겠다는 여정을 보여줬다.
이야기 다섯>유진, 무대에서 내려와 무대의 주인공이 되다
분장디자이너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유진씨, 어릴 적부터 미술을 전공한 언
니들과는 달리 예고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분장과의 인연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된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한 대학 연극동아리와 교회의
성극 활동부터다. 시작 동기는 단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적인 무용에 비해 정적
인 분장은 유진씨의 차분한 성격과도 잘 맞아 들어갔다. 군무 위주로 짜여진 동작에
의해 몸을 움직이는 무용과 달리 나만의 색과 디자인으로 배우의 다양한 표정을 창작
해가는 분장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그리고 유진씨는 평생 춤을 추며 올라있을 것
만 같았던 무대에서 내려와 희로애락이 담긴 배우의 얼굴을 통해 또 다른 그녀만의 무
대위에 선다. “처음엔 여자가 분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고 그래서 무작정 무시
를 당하기도 했는데, 그런일이 반복될수록 점점 오기가 생기더라고요”라며 당시를 기억
하는 유진씨는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고도 거의 쉬는 날 없이 일을 계속 하며 가장 오
랜 경력의 여성 분장사, 그리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분장디자이너로 위치를 다져왔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분장의 길을 개척해온 유진씨는 분장디자인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하겠다는 꿈을 국내 최초의 분장 퍼포먼스를 통해, 그리고 이후 분장 발표회를 꾸
준히 진행하며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다섯, 그리고 여덟>가족의 사랑이 투영된 사부(思父)전을 열다
이렇게 각 분야의 최고의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매화, 지연, 여혜, 순원, 그리고 유
진씨가 자매라는 것은 그리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다섯 자매 모두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고, 굳이 자매라는 사실을 알릴 필요도,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
연하게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저희끼리는 사오십대 정도되면 같이 전시회를 한 번 열어
보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하곤 했지요”라는 매화씨는 그 나이 즈음이 되어 지나가는 말
처럼 오래전 약속을 동생들에게 꺼내었다. 그냥 젊은 시절의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동생
들도 매화씨처럼 자매들의 전시회를 꿈꾸고 있었고, 처음엔 매화씨와 지연씨, 그리고
여혜씨의 작품만으로 자매전을 기획한다. 그러던 중 큰오빠인 구재영씨가 나머지 남자
형제들인 재웅, 경준씨와 상의해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다섯 자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으게 된다. 그렇게 준비하게 된 전시회는 어려움도 많
았다. 특히 미술을 전한 네 자매에게는 전시회가 익숙한 편이었지만 막내 유진씨에게
는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배우의얼굴이 아닌 전시를 위해 분장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지요”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일단 이번 전시회에서 보
인 그녀의 작품들은 언니들의 그것과는 사뭇다르다.하지만 유진씨의 작품은 이질감이
아닌 다양함과 새로움을 전하며 이번 전시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일반적인 틀로 기획되던 전시회는 큰오빠의 제안을 통해 정말 소중한 의미를 담게 되
었습니다. 발 아버지께 바치는 사부전을 열게 된 것이지요”라는 매화씨의 20여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홀로 여덟 남매를 뒷바라지해오신 아버지를 위한 전시회였기에
더 큰 의의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는 이들은 각자 다른 분야의 작품들을 걸었지만 전시장 전체가 마
치 하나의 그림을 걸어놓은 듯한, 이것이 바로 가족의 힘이 아니겠냐며 큰 웃음을 짓
는다. 가족간의 믿음과 사랑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이들의 작품들이 앞으로 더욱
큰 빛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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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