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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종,나이,성별도 바꾸는 마법의예술(쟝르별로 달라지는 무대분장의 세계)

작성자 : sfmakeup

작성일 : 2007-07-19 오후 4:10:10

조회수 : [ 4927 ]

첨 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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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stage 이야기 -무대분장

               인종,나이,성별도 바꾸는 마법의예술
               (쟝르별로 달라지는 무대분장의 세계)

                                              -글 및 사진제공/ 구유진-

무대분장은 우리나라 분장 분야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수많은 무대 예술가들의 얼굴을 창조한 창의적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명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나라 무대분장은 일제 강점기 때 학생들이 연극을 하면서 유학 시절 사용하던 도란을 이용한 것이나 동양극장 시절 연극배우나 무용수가 공연에 앞서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리는 데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직업 분장사는 방송사의 개국과 함께 탄생했다. 고 전예출 선생과 고설봉 선생의 생전 말씀에 따르면, KBS와 TBC의 개국과 함께 두 방송사의 분장을 전속으로 담당하게 된 전예출 선생이 자신의 문하에서 분장을 돕던 연극계 후배들(최효성, 장우식, 박수명 선생 등)을 양 방송사와 계약하게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배우도 그랬지만 무대분장사도 영화, 방송, 연극 등을 망라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한 분야만 전문으로 하는 분장사가 없었던 것이다. 요즘은 분장 관련 전문학교만 전국에 150개가 넘고, 한 해 3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배출되고 있다. 그렇지만 매일 무대에 오르는 수많은 공연과 견주어보면 전문 무대분장사의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니, 사람은 많은데 진정한 프로의식을 가진 무대분장사는 찾기가 힘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실전에서 쌓은 지식 및 실기 실력을 가진 전문 지도자가 턱 엇이 부족한 데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분장은 이론 못지않게 현장에서 배우와 무용수, 가수들의 얼굴을 작품에 맞게 책임지고 창조해야만 하는 실기과목이다.
다양한 공연이 날마다 새롭게 오르고 있고, 연출가와 관객이 원하는 그림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무대분장을 하려면 전문적인 공부가 요구된다. 먼저 무대분장사는 무대미술과 의상, 조명, 소품, 장신구, 극장의 크기, 극중 인물의 성격, 극을 맡은 배우의 이미지, 연출가 및 안무가의 의도, 시대적 배경, 작품의 장르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것을 토대로 가발과 수염과 분장디자인을 해야 한다. 모든 부분이 서로 연계되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야 좋은 작품이 창조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각 예술 장르별 분장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피부색과 눈 분장 이 특히 중요한 발레

외국 스태프들이 참여하는 발레 공연의 경우 사전에 외국 의상디자이너나 조 안무가와 컨셉트 회의를 통해 조율한다. 그런 후에 우리 무용수의 얼굴과 신체를 고려하여 가장 이상적인 헤어디자인과 분장 톤을 실현한다. 조명의 톤이 있기 때문에 리허설 때까지도 계속 분장을 점검하고 수정해야 한다. 외국디자이너가 참여하는 발레나 오페라 공연은 무대디자이너와 의상디자이너가 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무대디자이너와 의상디자이너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두 분야를 맡는 것은, 이들이 무대의 시각적 부분 전반을 아우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들은 가발의 색상과 디자인, 분장의 스타일까지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엔 극장마다 전속 분장사와 헤어디자이너가 상주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곳도 그런 곳이 없다.
클래식 발레 분장에서 유의할 점은 무용수의 피부색과 극중 배역, 의상의 색상, 극중 캐릭터 등이다. 특히 피부색은 무척 중요하다. 발레 의상은 상체를 많이 노출시키고, 하체 의상도 밝은 핑크색 스타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팔다리의 움직임이 잘 보이면서 의상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피부색을 선택, 노출된 상체에 모두 발라줘야 한다.
얼굴의 옆모습도 자주 보이므로 눈 화장 라인을 광대뼈 부분까지 그러데이션(gradation)을 해 줘 연장감을 줘야 한다. 또한 볼 뼈 아랫부분에 볼 터치를 줘서 볼이 야위어 보이도록 한다. 눈에 의해 표정이 표현되므로 눈 분장에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일단 눈이 커 보이도록 표현해야 한다. 발레 무용수는 시선을 멀리하기 위해 턱을 많이 들기 때문에 눈 아래 라인을 눈과 많이 띄어서 그려도 자연스럽다. 이렇게 하면 눈이 크게 보인다. 입술은 의상에 따라간다. 그러나 한국무용의 입술 분장 때 사용하는 빨강색은 발레와 어울리지 않으니 삼가도록 한다.
동화적 이미지를 지닌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신데렐라>, <돈키호테> 등을 분장할 때는 최대한 특이한 가발과 다양한 캐릭터 분장을 하여 관객들이 극중 환상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작품들의 발레리노 중 캐릭터를 전문으로 하는 발레리노는 장면마다 다양한 인물로 변신하게 되어 분장도 자주 바뀐다.

한국무용은 가늘고 긴 눈, 빨간 입술, 혈색 있는 얼굴로

한국무용의 분장은 발레 분장과는 그 양식 면에서 많이 다르다. 발레 분장에서는 무용수의 눈을 서양인의 눈처럼 동그랗고 깊게 표현한다면, 한국무용에서는 미임도 속 여인처럼 눈을 가늘고 길며 그윽하게 표현해야 한다. 피부색도 발레가 창백할 정도로 밝게 한다면 한국무용은 전체적으로 강한 핑크색 톤에 오렌지 빛을 가미하여 얼굴의 혈색을 표현한다. 입술은 거의 빨강색을 바른다. 눈썹과 귀밑머리는 검정색으로 진하게 그리고, 핑크톤 볼터치로 목과 귀까지 연결시켜서 명암을 준다.
한국무용과 클래식 발레 분장의 공통점이라면 머리카락을 머리에 밀착시켜 최대한 머리 크기가 작아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발을 이용할 때도 숱이 최소가 되게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머리크기를 기준으로 신체 등신이 나눠지기 때문이다.

나이많은 성악가들이 20대 미만의 배역을 맡을 때

오페라의 경우도 연출가와 무대미술가가 전체적인 그림을 요구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디자인을 형상화시키는 방법론을 회의하고, 제일 먼저 각 배역에 들어갈 가발을 점검한 후에 실질적인 분장디자인 및 가발, 수염의 제작에 들어간다. 연기자, 합창단, 무용단의 등장별 의상 전환표 또한 점검해야만 한다. 공연이 올라가면 극중에 변하는 분장과 헤어를 무대 양 측면에 준비해 놓고 빠르게 바꿔준다.
여기까지는 오페라 분장뿐만 아니라 뮤지컬 분장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음악극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 두 예술 장르의 분장은 결코 같지 않다. 오페라는 마이크를 착용하지 않고 극장 맨 뒷부분까지 전달할 수 있는 성량과 테크닉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젊은 성악가의 참여가 많지 않아 서른다섯 살이 넘는 성악가가 단역과 조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오페라는 시대적ㆍ국가적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일본인, 중국인, 유럽인으로 인종도 바꿔 분장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어나 불어, 독일어 등의 가사를 정확한 발음으로 감정을 실어 불러야 하기 때문에 ‘연륜’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성악가들이 많이 젊어졌다고 하나 아직도 주역은 40~50대이다. 이 부분에서 분장이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4~50대 주역들을 극중 나이인 20세 미만으로 젊게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시대적 배경도 현대가 많고, 이미지 캐스팅도 많이 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분장디자인을 해도 된다. 특히 창작 뮤지컬은 더욱 약하게 분장한다.

저 고양이는 누구야? 뮤지컬 <캣츠>

뮤지컬 작품 중 분장 분야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을 뽑는다면 바로 <캣츠>이다. 고양이를 다양한 인물군상으로 의인화해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배우의 본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고양이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 분장을 한다. 쌍둥이 고양이를 제외한 모든 고양이는 머리색과 얼굴의 분장디자인이 의상의 색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하고 표현하여야한다.
나는 1998년 극단 대중의 <캣츠>에 분장디자이너로 참여했다. 그리자 벨라는 젊은 시절의 미모를 지니고는 있지만 이제는 늙어 밑바닥 생활을 하는 화류계의 고양이로, 럼턴 터거는 앨비스 프레슬리처럼 터프한 사자머리에 애교머리로 분장했다. 이밖에 악마 고양이와 지도자 고양이, 디미트, 멍거스터, 봄발로리나, 미스터 존스 등 모든 배역을 본래 배우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야이로 바꾸었다.
처음에 작품을 맡으면서 약간 막막했다. 요즘처럼 자료 구하기가 쉬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 브로드웨이로 날아가 현지 <캣츠> 공연을 여러 번 보았다. 가발과 분장디자인이 객석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등을 열심히 그리고 조사했다. 그런 이후 고양이의 털 문양과 골상을 연구했고, 의상 색에 맞추어서 헤어컬러링과 커트까지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국 <캣츠>의 분장은 순수 국내 분장 팀의 작품이라 자부할 수 있다. 그 후 호주 <캣츠>팀의 내한공연이 있었으나 두 공연을 모두 본 관객들은 우리 공연과 분장에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앞으로 한국 분장계가 더욱 발전하고, 무대분장가가 진정한 예술가로 대접 받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미르 200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