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4/8 문화일보
채널 A & C [아무개씨의 문화발견]
이색 분장쇼 다큐 만들기
<千의 얼굴>창출 ‘마법의 손’
압구정 전철역에서 걸어서 5분거리. 신사동 성보빌딩 2층 <SF메이크업> 유리문을 밀치자, 꽃샘추위로 아직도 삭막한 거리 풍경과는 딴판인 무대뒤의 세계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유리문 맞은편 대형거울에 걸린 가면과 하회탈등 갖가지 마스크들이 풍부한 표정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가면무도회에서 낯익은 인들 부분 마스크는 공연과 카니발등에 쓰기 위해 이곳 분장사들이 공들여 제작한 작품들이다. 왼편의 <클레스룸>에서는 모델을 가운데 두고 분장사들과 촬영팀이 어우러져 퍼포먼스(?)를 영출하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공연에 쓸 리골레토 마스크 뜨기 작업과정과, 분장사와 모델의 시시콜콜한 대화내용을 카메라맨이 땀을 뻘뻘 흘리며 촬영하고 있다. 촬영 팀의 지휘자는 30대 초반의 여리지만 다부진 여성PH 힌지수씨다. 문화예술전문 케이블TV A&C코오롱 간판프로 <아무개씨의 문화발견>(토.밤 10시)촬영현장은 이처럼 항상 긴장과 생동감이 흐른다.
5명의 분장 보조사들을 지휘하는 수석분장사는 올해 분장경력 16년째인 구유진씨(35). 원래 무용수 출신인 구씨는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아 분장사로 진로를 바꿨다. 구씨는 입문당시만 해도 분장사는 50명 안팎으로 여자분장사는 모래밭에서 바늘찾이였으나 지금은 남자 분장사 찾기가 힘들정도로 여성들의 차지가 됐다는 예기를 들려준다. 난생처음 라이프(Life)마스크를 뜨는 초보모델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다. 구씨가 <웃으면 웃는 표정, 찡그리면 찡그린 표정의 얼굴이 그대로 마스크에 뽑혀 나온다>며 <꼼짝말고 잠자듯이 있어라>며 초보모델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다. 잽싼 몸놀림으로 머리·안면에 라텍스를 씌워 접착제로 고정시킨뒤 바셀린을 바르는 분장사 주위를 카메라맨, 조명기사등 촬영스테프가 빙빙돌며 분장사의 표정과 대화내용을 한치도 놓지않는다. 12kg의 육중한 일제베타캄을 어깨에 맨 카메라맨이 숙련된 동작으로 5평 남짓의 비좁은 공간을 종횡무진 헤집고 다닌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연속성을 살리기 위해 핸디 촬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석고작업에 앞서 본격적으로 얼굴형을 뜨는 알지네이트 작업은 배우(모델)의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순간이다. 초보모델이 얼굴 전면에 바른 알지네이트가 콧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에 표정이 일그러지고 코가 떨어져 나가 작업이 중단된다. 재작업에서 분장 보조사가 잽싸게 면봉으로 코를 뚫어준 뒤에야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석고 마스크를 얼굴에서 떼어내자 모델이 숨을 길게 들이쉬며<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마치 데드 마스크를 쓴것처럼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털어놓는다.
구유진씨는 어느 배우의 말을 인용, 이작업을 <무덤 속에 누워 자기얼굴에 흙이 떨어지는 느낌>에 비유했다.
이번작업은 국내 최초로 분장쇼를 기획, 18일부터 이틀간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리는 <제 1회 구유진의 분장 이야기>공연과정을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것이다.이 분장쇼는 연극 뮤지컬 무용 발레 오페라등 무대예술 전장르를 망라해 춤·음악·연기를 곁들인 분장공연 형식의 퍼포먼스로 이채를 띤다. 처음 구씨가 각장르의 대표작에 나오는 중심인물 1백편을 중심으로 분장 퍼포먼스 기획안을 꺼냈을때 맨처음 부닥친 벽은 <황당하다><욕심이 지나치다>는 주위의 냉소적 반응들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연극배우등의 우정출연덕에 이번 분장쇼에는 셰이스피어의 연극<멕베드>와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캣츠>등 23편의 주옥같은 작품 주요배역의 특수분장을 구씨가 제작해 한자리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공연자와 관객 양측의 이해부족으로 분장만의 독특한 표현 세계가 무대에서 소외돼 분장의 진가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는 구씨는 분장의 노출된 캐릭터를 얼굴에 집약, 배우의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관객이 배역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아무개씨의 문화발견]은 첫회인 작년 12월 김자경오페라단의 <메리 위도>공연에 단역배우로 출연한 가게집 주인 아저씨가 열렬한 오페라 애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지하게 담았다. 이후 연극 오페라 재즈 도예 발레등 문화현장에 대학강사 주부 회사원 미장공 유치원생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관객(시청자)을 출연시켜 문화예술 분야가 소수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거리감을 없애는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이끌어낸다. 처음 시도하는 만큼 제작진의 고층도 만만찮다. 카메라를 올리는 것이 금기시된 국립극장 무대에 카메라맨이 올라서야 하고, 공연일이 임박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배우들과 아마추어 <아무개씨>의 힘겨운 연기호흡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1%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공중파 TV 문화예술 프로와 차별화하기 우해 관객의 입장에서 기획, 문화예술 공연에 대한 안목과 흥미를 키워주는 프로로 정착 시키겠습니다.> 열악한 작업여건상 11개의 공연촬영을 한꺼번에 스타트하는등 방송계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바 있는 한지수PD의 바람이다.
鄭忠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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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