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이 1996
문화현장 천의 얼굴로의 여행
구유진의 분장이야기
지난 18, 19일 이틀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연기자가 아닌 ‘연기자의 얼
굴’ 즉 분장이 주역이 된 퍼포먼스가 열렸다. 분장은 무대 위 배우의 모습을 배역의
성격에 맞게 변화시키는 무대예술의 마지막 단계이다. 물론 분장은 작품, 장치, 조명,
의상과 조화를 이루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연출한 배해일씨가 지
적한대로 한국 공연예술계에서 아직 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스태프의 한 분
야가 전면에 세워진 이번 공연은 그 자체로 용기 있는 기획이라 평가받아야 한다. 기
존의 평면적인 분장 쇼와는 달리 각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들을 발췌, 시연
하는 이번 공연은 한국무용, 연극, 뮤지컬(18일)과 현대무용, 발레, 오페라(19일)등 장
르별로 나뉘어 이틀 동안 펼쳐졌다. 총 25개의 작품에 70여병의 배우들이 우정출연했
다.
“분장사가 독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일을 하는 스태프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
니다.” 대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분장을 접하게 된 그는 무용이라는 전공 대신
무대 위 인물의 모습을 창조하는 작업에 더욱 몰두했다. 지난 16년간 1백여편의 오페
라와 2백여편의 뮤지컬 및 연극, 1백편이 넘는 CF. TV, 영화, 무용 작품의 인물을
창조하는 역할을 해온 분장사인 그가 이번에는 좀더 욕심을 내어, 자신의 대표적인
분장작품을 발표하는 공연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분장의 창조적 역량을
보여주어 분장사들의 지위 향상과 관객들의 인식 재고를 꾀하려는 그의 의도에서 마
련되었다. “분장도 예술입니다. 캐릭터마다 또 극의 분위기에 따라 각 인물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지요. 일례로 한국인을 표현할 때는 전체적으로 풍겨나오는 분위기에,
서양인일 경우 성격을 강하게 나타내도록 골격 구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변신’을 만들어내는 그의 손놀림은 여전히 뜨거웠다.
글 김현주 기자 / 사진 안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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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