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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나의 야심작 (극작에서 공연까지 04창간호/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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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sfmakeup |
작성일 : 2004-11-09 오후 4:4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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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 398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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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 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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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야심작>
-분장디자이너 구유진-
배우나 무용수, 성악가들과 함께 해온지 올해로 24년째이다. 그동안 나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난 수만 개의 얼굴들을 떠올려본다. 20년간 무대위에서 조명을 받다가.... 지금까지 무대 뒤 분장실의 환한 조명을 받으면서 한명한명 무대위의 얼굴들을 그려나갔다.
나는 정말 무대가 좋다.(마치 마술사의 매직박스처럼...)
처음 분장이란 것을 접한 것은 7살 때 무용선생인 김영희 선생님이 내 얼굴에 그려준
무대분장이었다. 그 당시 난 그 분장을 받고 마치 미스코리아나, 유명인이 된양 하루 종일 분장을 한 채로 돌아다녔던 일이 생각난다.
분장은 마법같았다. 그 누가 나를 쳐다보아도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어깨를 쫙 펴고 도도하게 무시할 수 있었으며 무대위에서는 마치 “신”이 들린 듯이 춤을 출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내 얼굴에 분장해준 사람은 그레타리라는 분으로 그 당시에 무용분장과 의상을 전담하신 분이셨다. 지금은 한복전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계시다.
세 번째로 내 얼굴에 분장을 해주신분은 나의 사부이신 분장계의 대부신 고“전예출” 선생님이셨다. 물론 이때는 내가 무대위에 서기위한 분장이 아니다.
분장을 배우는 과정이었지만...
나의 인생에 있어서 고 전예출 선생님과의 만남은 과히 나의 운명을 바꿔버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나의 재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아버지 같으신 분이셨다. 무엇보다도 고 전예출 선생님과의 나의 분장예술에 대한 시각은 놀라우리 만큼 일치했다.
마치 전 선생님의 머릿속의 라인을 나에게 미리 말해준 것처럼 내 머리 속에는 수십 가지 의 분장디자인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다시 분으로 형상화해서 보여드리면
전 선생님은 매우 흡족해하셨고, 나를 더욱더 열심히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 놀라운 능력을 창조력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난 무용음악을 들으면 수많은 동작들을 머릿속에 그려서 창작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했는데, 아마 분장영역에서도 같은 능력이 적용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내가 고 전예출 선생님 밑에서 15년간 사사를 받는 동안은 무척 행복했었다.
그러다 사소하고 미묘한 오해가 생기면서 어느 날부터인가 전 선생님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는 갈등에 휩싸이게 되었다. 지금생각하면 너무나 후회스럽기만 했던 일이다.
독립한 후, 1년 6개월 만에 어이없이 전예출 선생님이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아직까지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쪼개질 듯 아프다.
그렇게 많이 사랑받고, 독보적으로 인정받는 수제자였었는데...
나는 그때까지 내 후배가 얼마나 나의 자리를 질투했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그 모든 일이 그녀의 작품이란걸 알게 되었지만...
이제 와서 어찌하리... 아마 하늘에 계신 전 선생님도 이젠 알고계시겠지!...
그래도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점은 전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나의 첫번째 발표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단순한 무대분장에 식상해 있고, 새로운 분장법에 관심이
많아서 해외연수를 매년 다녀오면서, 우리나라의 무대분장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라는 것을 정립하고 싶었다. 그 당시 외국에서 배웠다는 소위 유학파들이 한 명
한 명 귀국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넌 내가 키운 우리나라 최고의 분장사이고 넌 내 수제자인데, 또 어디에서 분장을 배우려 하느냐!” 하며 약간의 목맨 소리를 하셨지만...
그때마다 난 웃으면서 각 나라의 분장술과 우리나라의 분장술의 비교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분장술이 결코 세계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예술장르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정립하는데 노력했다.
사실 그랬다. 그 당시까지는 분장에 대한 이론적 정립도 없었고, 많은 장르의 무대분장
을 하고는 있었지만 독자적이며 창조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구유진류의 분장기법을
새롭게 디자인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먼저 그동안 작업해왔던 수만 개의 얼굴들의 사진을 보면서 구분을 지어보기로 했다.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 연극, 뮤지컬, 오페라, 사극,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이들의 장르를 구분한 후 분장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리어왕, 오델로, 미녀와 야수, 캣츠, 멕베드, 오즈의 마법사, 지저스슈퍼스타, 심청,
춘향전, 호두까기인형, 백조의 호수, 아이다, 살로메, 투란도트 등... 수많은 작품을
선정하고 그 속에 나오는 주요인물만 해도 모델이 80~100여명이나 필요했다.
사람들은 분장으로 공연을 한다는 점을 무척 신기해했다.
1996년 “구유진의 분장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직 부족한 제자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주고, 작품에 필요한 가발, 소품, 의상,
배우섭외 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우리나라 분장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일을 꾸며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수분장이 아직 본보기였던 상황에서 난 배우의 얼굴을 직접 뜨고, 특수분장을 이용한 분장법을 선보였다. 이로인해서 한대는 본의 아니게 나를 특수분장사로 잘못알려질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나는 무대분장사임을 항상 강조하였다.)
이제까지 남의 작품과 이론에 따라서 디자인 되어 왔던 분장이 주체가 되어서 모든 과정은 분장디자인이 먼저 정해진 후 다른 디자인을 정하는 순서로 진행되어갔다.
이를 위해서 그동안 같이 작업해왔던 많은 디자이너들과 배우들이 무료로 나를 도와
주었다. 무대디자인은 이학순 선생님, 의상코디는 그 당시 막 귀국했던 조문수 씨,
실비로 무대를 세워준 중앙무대 윤동화 사장님, 무대감독 장윤경, 연출 배해일 정말
막강 스탭구성이었다.
내 공연에는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도 분장을 위해서였다. 뮤지컬 배우들은 내 작품을
잘 돋보이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췄다. 안무가 박상규 선생님은 뮤지컬부분의 모든 안무를 해주셨고, 발레는 계명대에서, 현대무용은 덕원예고 이현숙 선생님이, 한국무용은
경희대 김말애 교수님의 도움이 무척 컸었다.
너무나 무리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맨땅에 해딩하냐고” 주변에서 놀릴때..
이렇듯 나를 믿고 아껴주던 많은 예술가들에게 지금도 감사함을 느낀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틀 4회에 걸쳐 공연되어진 나의 첫번째 개인 발표회 <구유진의 분장이야기 천의 얼굴로의 여행>은 나의 인생의 야심작이자 무대분장을 예술 장르로 정립해놓은 나의 공로를 인정받은 대표적 작품이 되었다.
그동안 분장을 미미하게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분장도 예술로써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되었으니... 이로써 나는 한 가지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후 재정적인 문제로 2번째 , 3번째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던 중 04년 올해 4월 화가언니들과 함께 다섯 자매의 “오색오미전”을 통해서 분장무대가 아닌 갤러리에서 또 다시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꽃피워 도전하였다는 점이 나름대로 분장예술가로서의 약간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얼마 전 8월 20일 <Festival PUCCINI 2004> 초청 나비부인 공연은 이태리 피사에서
이뤄졌다.
그곳에서는 현재 이태리 프로 분장사들을 스탭으로 함께 작업을 했다.
나는 그 작업을 통해서 그들에게 “마이스트로”라는 예우와 푸치니 제단 예술감독에게
까지도 인정받은 대한민국의 분장 예술가가 되었고, 다시 한번 지난날의 내 확신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척 당황스럽게 생각했으면서도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찬사를 보냈다.
같이 간 성악가나 프로덕션 대표들조차도 놀라워하는 결과였다.
난 이것을 계기로 더욱 소신있게 분장예술을 발전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다.
며칠 있으면 또 정명훈 초청 <카르멘> 오페라의 작업에 임한다. 그때 합창의 50%와 주역의 50%는 외국인이다. 이때 나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분장술을 국제화시키는 전기로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내가 분장을 하는 한 계속되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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