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인터뷰] 한국 무대분장계의 마에스트로,
구유진 S.F MAKE UP 대표
[아츠뉴스 뷰티스타 박기훈 기자]
“무대 분장은 배우를 배려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 사람의 심적인 부분까지 읽으면서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아픈 곳은 치료해 줄줄 알아야하죠” 화려한 무대 조명 아래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에게 우리는 박수와 찬사를 쏟아낸다. 그와 같은 캐릭터가 탄생하기엔 배우의 연기력이 기본이 돼야하지만 그 캐릭터 설정에 맞는 의상과 분장이 더해질 때 극대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 분장계의 대부인 고 전예출(1927~1996) 선생의 수제자이자 우리나라 무대 분장의 산 증인인, 자타공인 최고의 무대 분장 아티스트가 있다. 현재 SF메이크업(S.F MAKE-UP)의 대표이자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 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유진(50)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월 1일, 30년간 굵직굵직한 공연의 주인공들의 얼굴에 ‘마법’을 선보여 온 그녀를 예술의 전당 분장실에서 만나봤다.
■ 무대 분장은 모든 예술의 총집합
하나의 무대가 마련되기까지엔 미술, 연출, 의상, 조명 등 모든 장르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마치 아름다운 합창처럼 말이다. 그 단계의 마지막이 무대 분장이다. 무대분장이라 하면 단순히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들에게 하는 진한 메이크업’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을 모르면 그저 ‘분장’일 뿐이다. 따라서 ‘메이크업만 해야지’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임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무대분장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실정이다.
“모든 장르의 예술을 모르면 할 수가 없어요. 희곡이나 시나리오 분석은 물론이고 음악의 색깔이라든가 연출의 선 등 모든 걸 종합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좀 어렵다고 볼 수 있어요. 무용 분장, 캐릭터 분장도, 프리마돈나의 분장도 할 줄 알아야하죠”
이뿐만이 아니다. 오페라의 경우엔 그 태생자체가 외국이다. 현재 창작오페라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라고 하면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 등의 오페라를 주로 무대에 올리기 마련이다. 그들의 작품은 모두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다뤄지고 있기에 그 시대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 유행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SF메이크업(S.F MAKE-UP)의 대표이자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유진(50) 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구유진 대표가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자료’다. 구유진 대표는 자신이 담당했던 공연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안에는 공연 시작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어떤 분장을 하고 어떤 가발과 의상을 사용하는지 등이 일일이 기록된다. 하나의 바이블을 만드는 셈이다.
수많은 자료들을 다 손수 정리해 파일을 만들어 장차 자신의 제자들이 작업할 때 큰 도움을 주겠다는 그녀는 외국에 다녀오면 자료만 한 보따리라고 설명한다.
“외국에 한번 나갈 때 마다 모든 장르의 연극 대본이나 DVD 자료, 거기에 시대별 의상자료 등을 잔뜩 구해오죠.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관련 악세사리 같은 것들도 많이 사죠. 분장도구를 사는 거 보다 외적인 걸 많이 사게 되요(웃음)”
▲현재 SF메이크업(S.F MAKE-UP)의 대표이자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유진(50) 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재창조’는 무대 분장의 매력이자 보람
무대분장의 남다른 매력은 ‘재창조’다. 일반적인 뷰티 메이크업은 한 사람의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을 커버해 매력발산을 도모하는 것이다. 무대분장은 이를 기본으로 한 사람을 극중의 캐릭터 자체로 만들어내는, 실생활의 한 인물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무대의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다.
“한 사람이 변신할 수 있는 폭이 무대분장에 있어서는 150%~200%도 가능해요. 그러면서 배우는 자신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감탄을 끌어내는 거죠. 이것이 무대분장의 매력이자 보람이에요”
지난 7월 2일부터 6일까지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작품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였던 ‘토스카’는 구유진 대표에게 의미있는 작품이다. SF메이크업이 모든 배우들의 분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주역배우들의 분장을 맡았다.
사실 오페라 주역의 경우 더블캐스팅, 심지어 트리플캐스팅도 비일비재하다. 한 배우가 무대에 한 번밖에 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당사자에겐 그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고 사람들한테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러한 주역을 분장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뮤지컬의 경우엔 장기공연을 하니 주역의 기회가 많죠. 하지만 단 며칠 동안 진행되는 오페라 같은 경우엔 주역으로 올라간 그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고, 또 그를 바라보는 지인들의 시선들도 많다보니 배우는 상당히 예민할 수밖에요. 그래서 그들의 컨디션도 신경써야하는 등 주역분장 하나가 거의 합창단 100명을 분장한 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가죠”
▲현재 SF메이크업(S.F MAKE-UP)의 대표이자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유진(50) 씨가 지난 7월 2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제 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토스카(TOSCA)’의 주역 배우 김관현(스카르피아 역) 씨를 메이크업해주고 있는 모습
■ 무대 분장계의 혁신, 분장실명제
우리나라 무대 분장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자타공인 최상의 순수 무대 전문 분장팀인 SF메이크업은 그 수식어에 걸맞게 하이 퀄리티(high quality)를 추구하고 있다. ‘SF메이크업만의 색을 가지고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자’가 목표인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깨뜨린 적이 없다.
“사실 일일 아르바이트식으로 스텝을 고용하는 곳이 많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지않고 하이 퀄리티를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저희의 분장 톤은 기초부터 시작해서 어떤 테크니컬하고 디테일한 부분이 많이 들어가기에 학교에서 배우고 온 친구들도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이상 매일 트레이닝을 하면서 6개월 정도 해야 기본분장 하나 정도 할 수 있어요”
SF메이크업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분장실명제를 도입(1996년), 실행한 팀이라는 점이다. 분장실명제는 구유진 대표가 시간표를 도입하면서 탄생하게 됐다.
“분장시간표라는 것을 제가 처음으로 계획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분장을 하다보면 숙련된 분장사에게 배우들이 많이 가게 되잖아요? 그렇게 몰리게 되면 정해진 시간 안에 분장을 다 못 끝내게 되죠. 그래서 아예 각 분장사마다 인원수 별로 시간을 정해서 누가 몇 시에 분장을 하는지 정하게 된 거죠”
최초의 시간표 도입은 결국 분장실명제를 촉진시켰다.
“분장사에서 이름표를 다 달아줬어요. 그러면서 분장한 배우들이 어떤 사람에게 분장을 받았는지를 기억하게 하는 거죠. 그러면 배우에게 누구한테 분장을 받았는지 물어보고 그 분장사에게 가서 잘못된 점은 고쳐줄 수 있고, 또 분장사의 이름도 알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이 계통에서 당연시 됐죠”
▲현재 SF메이크업(S.F MAKE-UP)의 대표이자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유진(50) 씨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능과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성실성이 무대분장의 최고 자산”이라고 말하는 구유진 대표. 끈기와 인내로 대표되는,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한 무대 분장이라는 마라톤에서 그녀는 오늘도 쉼 없는 스퍼트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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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