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3/30 토요신문
[천의 얼굴] 만들어 내는 분장의 마술사 구유진
구유진씨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다음달 17~18일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준비 때문이다. 그는 배우가 아니다. 연출가도 아니다. 그는 지난16년 동안 무대 뒤 분장실을 지킨 분장사이다. 그의 손을 거쳐 다시 탄생한 인물들이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때 그는 분장 도구를 들고 새 인물을 묵묵히 만들어 왔다.
그런 그가 일을 꾸몄다. 분장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데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현실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분장이 주인공이 된 공연을 만들려고 한다. 분장이 더 이상 공연의 부속물이 아니라 창조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의 전공은 무용이다. 경희대 무용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그는 전공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대학때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한 것이 계기다. 천운인지 그는 연극에서 분장 스테프를 맡았다. 그는 분장속으로 자꾸 빨려 들어갔다. 이후 그는 일본 슈에무라 웨딩메이크업과 프랑스 메이크업 훼버 등 전문인 과정을 거쳐 서울시립 가무단 미국 순회공연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분장 등을 해왔다. 그는 현재 경희대 무용과에서 무대 메이크업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간 그는 1백여편의 뮤지컬 및 연극,1백 50여편의 영화,CF,TV 등의 분장을 해왔다, 그를 거쳐 탄생한 인물이 수천명은 되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들중 캐릭터가 가장 강한 인물들이 나오는 25편을 소개하려 한다. 한국무용, 연극, 뮤지컬, 현대무용, 발레, 오페라 등의 작품에서 대표적 인물을 중심으로 분장의 실체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새 장르를 개척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출연자만 90명이나 된다. 이들을 섭외하고 스케줄을 맞춰 연습하는데 진땀이 난다. 그러나 그는 이번공연에 자존심을 걸고 있다. 지난 16년간의 분장경험과 무대경험을 한자리에 모아 분장이 예술행위임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구유진씨는 “그간 해오던 분장쇼는 너무 평면적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이를 극복하기 우해 춤 음악 그리고 연기를 삽입하려 한다. 또 개별적인 분장중심이 아니라 전체가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각 작품의 중요부분을 발췌, 반장의 흐름을 느낄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 말한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천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분장의 효과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창조해 낼 수 있는 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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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