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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옷은 갈아입어도 분장은 갈아입을 수 없어요"(050502데일리코스메팈)
작성자 : sfmakeup  작성일 : 2005-05-04 오후 8:50:41
조회수 : [ 4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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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경력의 무대 배우들의 아름다움을 가꿔온 구유진씨

"분장실에 알려드립니다. 공연 20분 전입니다, 공연 20분전입니다.”
마무리를 서두르는 방송이 울리자 분장실에선 배우들을 메이크업 하는 손길이 바빠진다. 오늘 공연은 오페라 ‘카르맨’. 주역 배우만 10명. 이들을 분장하는 데도 벌써 세 시간째다. 슥슥슥 손으로 기본 음영을 칠하고 눈썹과 수염을 붙일 때, 눈매 화장을 고쳐달라는 ‘호세’, 머리 모양을 바꿔달라는 ‘미카엘라’, 가슴 골을 그려넣으려는 ‘카르맨’이 분주히 왔다가고 화장대 위 핸드폰은 드르륵 울려댄다.

“정말 정신 없죠?”

긴장된 순간에도 척척 배우들을 무대로 올린 후 숨을 몰아쉬며 웃는 여기 이 사람, 벌써 25년째 무대에서 배우들을 ‘완성’시켰던 국내 최고의 무대 분장 전문가 구유진<사진>씨이다.

지난 날 척박했던 무대 메이크업 분야에 투신, 지금까지 천 여편의 공연 분장을 해온 구유진씨의 원래 전공은 무용이었다. 대학 시절 전공 수업이 없는 오후에는 공연장에 가서 분장을 하다 분장 예술 전문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본인이 무용을 해온 25년 동안 분장을 받아와서 분장 자체가 익숙했으며 당시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국내 50명이 채 안 되던 때라 전망도 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내가 무대를 알고, 무대 위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관객을 알고,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들더군요.”

흥미로운 점은 무용 대신 메이크업을 택한 것에 대해 당시 아버지만 빼고 주위에서 모두 반대했다는 것. 당시 주위에서는 무용은 예술로 보고 메이크업은 기술로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태평양화학 창립공신이기도 했던 아버지(구용섭고문)는 메이크업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을 거란 설명이었다.
구씨는 왜 무용 분장은 예쁘기만 해야 될까, 왜 오페라 분장은 강하게만 할까? 이 안에 캐릭터를 불어 넣을 수는 없을까란 생각으로 구태의연하던 분장 기법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아트 메이크업도 배우고 캐릭터 분장과 뷰티 메이크업 등을 퓨전시켜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메이크업 방식을 개발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품을 장르나 주제에 맞게 분석해, 연출자와의 의사소통도 원할히 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메이크업 작품을 녹여낼 수 있는 능력 필요하다고 여겨 연극영화과 대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무용을 하면서 무대에 서봤고, 메이크업 관련된 지식을 쌓고, 작품과 연출에 대한 이해도 높다보니 그녀를 찾는 공연 담당자들이 늘어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지금도 그녀가 없으면 불안해 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한다.
“분장이 컨디션이란 말이 있어요. 공연 전은 배우들이 최고로 긴장돼 있는 상태인데 분장이 잘 되고 못 되고에 따라 그날 연기를 좌우하기도 하거든요.”

분장 메이크업은 골격, 비례, 그라디에이션, 의상 등을 통해 그 사람만의 칼라를 만들어 주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특별한 트렌드는 없고 실존주의냐 초현실주의냐 등 작품 컨셉에 맞게 이뤄지며 준비 기간 또한 작품 기획 단계서부터 이뤄지는 등 많은 시간이 든다. 극장마다 분장실 조명이 달라 메이크업도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게 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아, 그리고 이렇게 분장은 눈높이를 맞추고 마주보고 앉아서 해야 해요. 얼굴 앵글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서거나 비스듬한 자세로 분장을 해선 안 되거든요 ”

일반 메이크업과 제품을 고르는 기준도 다르기 마련. 분장을 위한 메이크업 제품은 발색이 좋아야 하고 땀에 강해야 해서 크림타입의 유분이 많은 제품을 사용한다고 했다. 자신만의 분장 메이크업 비법이 있다면 눈가에 섀도우 대신 컬러 펜슬을 사용한다는 점. 화장이 오래 가고 선명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카르맨 공연의 경우엔 서양인 캐릭터에 맞게 눈 쌍꺼풀을 강조하고 스페인을 배경으로 짚시 인물이 나오므로 인물들을 야성적이면서 섹시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다만 카르멘 분장은 대개 어둡게 하는데 이번 공연은 조명을 어둡게 하는 대신 메이크업은 밝게 표현했다.

“무대 분장은 정말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총체적, 창조적인 예술 영역이지요? ”

그러나 구유진씨는 한 번쯤은 연출가의 의도, 남의 요구에 맞추는 메이크업이 아닌 ‘내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95년도에 그동안 나름대로 쌓아온 노하우를 정리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분장은 이것이다란 취지로 ‘분장 공연’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당시 분장으로 무슨 공연을 하느냐는 반응도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애착이 많은 공연이며한 번쯤 더 해보고 싶은 공연이라고 한다.

“옷은 갈아입을 수 있지만 분장은 갈아입을 수 없잖아요?”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꿈은 앞으로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고의 무대 분장 전문가가 되는 것.
아직 서양인들은 우리 메이크업 수준을 후진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막상 우리의 메이크업 기술을 보곤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작년 이태리 공연 때도, 올해 체코 공연 때도 현지 분장가들의 많은 감탄을 받았다.

“과감히 무용 버리고 메이크업에 투신해왔습니다만 지금도 메이크업이 하나의 예술적 작품이란 당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구유진이 만든 작품은 명품이다란 평가를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

김애연 기자 (aykim@dailycosmetic.com) (2005-05-02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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